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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폴리머 원료의 역사 ①
작성자 플라스틱코리아
글정보
Date : 2021/03/02 13:38

폴리머 원료의 역사 ①

본 연재에서는 플라스틱산업의 역사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소상하게 고찰해 본다. 1850년대 동남아시아 토착인들이 사용하던 gutta-percha(구타페르카)의 발견은 이성질체가 폴리머의 특성을 결정짓는다는 중요한 사실로 현대 폴리머 화학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원리를 보여주는 초창기의 좋은 사례다.

 

필자는 플라스틱산업과 관련된 특정 역사적 사건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지 묻는 이메일을 가끔씩 받곤 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것 중 하나는, 흔히 최초의 플라스틱이라고 하는 물질을 처음 만들었다는 미국의 발명가 John Wesley Hyatt(존 웨슬리 하얏트)에 관한 이야기다.

이 물질은 1869년 셀룰로이드(Celluloid)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았다. 특히 가장 많이 관심을 끄는 대목은 Hyatt가 이 물질로, 1860년대 초 상아의 품귀 현상 때문에 이것이 당구공 가격 상승에 미칠 영향이 염려되어 당구의 고수 Michael Phelan(마이클 펠란)이 내걸었던

1만달러 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몇 가지 이유에서 매우 흥미롭다. 우선, 화학 천재를 통해 만들어진 합성 소재가 천연의 원천에서 유래한 물질을 대체하고 개선시켰다는, 플라스틱 업계에 뿌리 깊게 배어 있는 생각을 강화시킨다. 다른 요소는 거의 오늘날 2십만 달러에 해당하는 그 금전적 보상의 크기다.

대개 그렇듯, 셀룰로이드 발명의 실제 이야기 또한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할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이루어진 업적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물질의 실제 도입은 이 물질 자체보다 플라스틱산업에 훨씬 더 커다란 영향을 미친 바 있는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발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합성 물질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업적은 주로 과학의 몫이지만, 대개 이는 비즈니스 세계와 그 결과로 돈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변호사와 얽혀 있기 마련이다. 본 연재에서는 플라스틱산업의 역사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소상하게 고찰하고자 한다.

합성 물질의 세계는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물질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물질은 특정 나무에서 유래한 원료로 화학적으로는 폴리이소프렌(polyisoprene)으로 불리는 천연 고무다. 이성질체(異性質體, isomer)로 불리는, 천연 고무 분자내 원자의 두 가지 상이한 배열의 화학 구조는 아래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다.

16세기와 17세기에 카리브해와 메소아메리카(중앙아메리카)를 여행한 유럽 탐험가들은 이 물질로 단단한 공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직물 방수처리에도 사용하는 문명을 발견했다. 우리가 오늘날 엘라스토머 즉 탄성체의 특성이라 부르는 속성의 물질로 만든 단단한 공의 존재는 가죽 주머니에 바람을 넣어 만든 공만 보아온 북유럽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이 모든 제품을 만들어 낸 것은 바로 시스 이성질체(cis-isomer)였다. 트랜스 이성질체(trans-isomer)에 대해서는 후에 살펴볼 예정이다.

 

합성 물질의 세계는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물질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 프랑스 탐험가가 1730년대 페루를 여행하면서 유사한 물질을 알게 됐지만, 1751년에 이르러 이 새로운 물질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논문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 시점에도 이 물질의 화학적 물성은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다. 특히, 원료의 특성에 온도가 미치는 효과가 유럽 지역에서 상업적 활용에 장벽이 됐다.

특정 고온에서 온도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메소아메리카지역 기후와 달리, 유럽은 겨울과 여름의 온도 변화가 매우 컸다. 겨울의 낮은 온도에서 이 물질은 단단해지고 취성을 보인 반면, 여름의 높은 온도는 이 물질을 매우 부드럽고 들러붙게 만들었다. 18세기 후반에 등장한 이 물질을 이용한 가장 창의적인 제품은 연필 자국을 종이에서 없애는 지우개였다. 지우개를 고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1820년, 전혀 다른 분야의 두 사업가가 역시 우연을 통해 폴리이소프렌이 나프타(naphtha)와 테레핀(turpentine)에 용해된다는 사실을 각자 발견하게 된다. 용해된 고무는 면을 가공해 방수 의류를 만들 수 있다. 이는 날씨가 지나치게 뜨거워지지 않는 한 제기능을 했다. 하지만 온도가 높이 올라가면 코팅 처리한 직물이 끈적하게 들러붙고 변형이 발생했다.

온도로 인한 폴리이소프렌 활용 한계는 1830년대에서 40년대까지 계속 문제가 됐다. 이 시기에 들어서 Charles Goodyear(찰스 굿이어)는 앞선 발명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작위로 이런저런 실험을 진행하는 방법을 통해 고온 성능 문제를 해결하는 두 가지 기술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로부터 3년 후 이 물질의 저온 특성을 향상시키는 데 더 잘 알려진 가황(加黃, vulcanization) 공정을 발견하게 된다. Goodyear는 이 물질의 성능을 극적으로 향상시켜주는 가교결합(架橋結合, crosslink) 과정의 화학적 원리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가황’이라는 용어도 Goodyear의 방법을 알아낸 영국의 경쟁자가 Goodyear가 미국에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 동안 영국에 특허를 신청하면서 만들어낸 말이다. 고무의 컴파운딩, 즉 가소화제와 필러(충전재)를 첨가해 원료의 물성을 개질시키는 기술이 나오기까지는 아직 수십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폴리머산업의 기초가 확립됐다. 흥미롭게도, 메소아메리카 원주민은 생 라텍스를 훈연해 고무의 특성을 안정화하는 방법을 수백 년 전에 알아냈다. 이는 비록 제어는 덜 정교할 수 있다 해도,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이 물질의 가교결합에 필요한 질산염과 황 화합물을 공급해 주는 방법이었다.

 

이 화학의 시대에 이루어진 발전은 주로 시행 착오를 통해 나온 우연한 발견들 덕분이다.

 

1850년대 Goodyear와 영국에 있는 경쟁자 사이의 법정 공방이 격화되고 있던 그 시기에, 동남아시아에서 외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던 한 영국인이 그 지역 토착인들이 그 지역 고유 수종 중 하나에서 수액을 추출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은 뜨거운 물에 넣어 원료를 부드럽게 한 뒤, 이를 연장 손잡이나 지팡이 같은 여러 가지 유용한 물건으로 성형했다. 수액을 얻은 나무(두충나무)의 학명을 따라 gutta-percha(구타페르카)라 이름을 얻은 이 물질이 화학적으로는 바로 폴리이소프렌의 트랜스 이성질체다.

이것은 이성질체가 폴리머의 특성을 결정짓는다는 중요한 사실(현대 폴리머 화학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원리)을 보여주는 초창기의 좋은 사례다. 시스 이성질체(cis-isomer)는 비정질이며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쓸모 있는 소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교연결이 필요하다. 트랜스 이성질체는 결정형성이 가능한 물질이다. 따라서, 시스 이성질체와 동일한 실온 유리전이 온도를 가지고 있지만, 실온보다 높은 온도에서 유용한 고형물질의 특성을 갖는다.

구타페르카 또한 수백 년 동안 토착 문명에서 알려지고 사용돼 오던 또 다른 물질이었지만, 보다 목표지향적인 유럽인들의 손에 들어가자, 수중 전신 와이어의 절연 소재로 빠르게 채택됐다. 이 점에 있어 이 물질은 시스 이성질체 고무와 몇 가지 유사점뿐 아니라 중요한 차이 또한 보여준다.

두 물질의 비(非)극성 구조는 이들을 훌륭한 전기절연체로 만든다. 그러나, 고무의 경우는 비록 가교결합된 형태를 지니고 있다 해도 특유의 비정질 구조 때문에 소금물에 대한 화학적 내성이 부족했다. ‘구타페르카’는 바람직한 전기적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바닷물이나 기타 여러 가지 화학물질에 내성을 보여줬다. 결정성 유무가 화학적 내성을 좌우한다는 이 원리는 또한 폴리머의 세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플라스틱산업 역사의 매우 초창기에서도 새로운 응용제품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이는 또한 새로운 물질의 활용과 관련된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측면, 즉 새로운 화학 원료의 개발과 가공방법의 발명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소재는 전기 와이어 코팅에 사용되었고, 이는 압출기라는 매우 중요한 발명품에 의해 가능해졌다.

다음 회에서는 셀룰로이드를 둘러싼 기술 발전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가공기술 상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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